치킨
「명사」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 굽기도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내 주변에서 의식적으로 채식을 하는 몇몇 사람과 원래 이 음식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인은 이 음식을 대체로 즐겨먹는 것으로 보인다.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 우리는 이 음식을 '치킨'이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치킨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흔히들 찾는 클리셰도 몇 가지 있기 마련인데,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손에 들고 왔다는 노란 봉투(그것은 치킨이라기보다는 아마 전기구이 통닭에 가까울 것이다) 이야기나 자취를 할 때면 돈이 없어 치킨을 먹고 뼈를 발라 죽까지 끓여먹으며 며칠을 났었다는 이야기 등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다.
나에게 치킨은 이래저래 특별한 음식이다. 어렸을 때는 이래저래 학교에서 상장도 자주 받아오곤 했었는데, 상을 받으면 그 날 혹은 그다음 날 꼭 치킨을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치킨이 먹고 싶다는 눈치를 잔뜩 주는 자녀의 모습을 부모님께서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겠지만, 격려의 의미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치킨을 손에 쥐고 듣는 아들 축하해~와 더 열심히 하자~는 평소에 듣는 말과는 그 의미가 사뭇 남달랐다.
좀 자라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무렵부터는 월급날이면 꼭 챙겨먹는 음식이 됐다.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세상에 '꿀알바'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지라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그만두겠다는 말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통장에 조용히 들어오는 월급을 보며 늘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라고. 젓가락으로 닭다리를 집어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아직 버틸만하다고.
학교를 다니면서, 혹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치킨을 샀다. 마을버스 안에서 주문한 치킨은 졸지 않고 무사히 기숙사로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었고, 침대 위에서 주문한 치킨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걸어나가게 하는 괜찮은 방법이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먹느냐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 조각을 맛보아도, 반 마리를 먹어도, 한 마리를 다 해치워도 상관없었다. 그저 치킨을 먹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것 같다.
치킨은 대체로 후라이드 치킨이었으면 한다. 매운 건 내 취향이 아니고, 양념이 잔뜩 묻은 건 자주 생각나는 맛이 아니며, 가루가 솔솔 뿌려진 건 너무 짜더라. 순살치킨도 나쁘지는 않은데, 특별하게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늘 뼈 있는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게 된다. 누가 그랬다. Simple is the best.
아, 양념치킨은 나에게 웃음벨이다. 왜냐면...
솔직히 양념치킨이 한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민족이 도대체 언제부터 기름에 닭을 튀겨서 먹었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양념치킨을 한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것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