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타이거즈 '인성의 대졸픽' 되돌아보기

푸른끝 2020. 5. 12. 14:34

반가운 옛 로고

 

  '고졸 선수보다 대졸 선수의 인성이 낫다'며 재임 기간 내내 꿋꿋하게 '인성의 대졸픽'을 밀고 나간 선동열 전 감독. 팜 황폐화의 주범으로 꼽히며 KIA 팬에게 비판을 받았는데, 신인 수급과 활약에 대한 3년 간의 종합적인 결과물이 어떠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직접 정리.

 

<2013년 신인 드래프트>

(기록은 2020년 5월 11일 기준/출처 스탯티즈)

 

라운드 이름 포지션 최종학력 통산 성적 기타
1 손동욱 투수 단국대 14G 12.2IP ERA 11.37 2017 넥센 이적
2 이홍구 포수 단국대 323G 33HR 111RBI 0.221/0.279/0.431 2017 SK 이적
3 이효상 투수 경희대 1군 기록 없음 2016 방출
4 박효일 내야수 동의대 1군 기록 없음 2018 방출
5 고영우 내야수 성균관대 284G 1HR 15RBI 12SB 0.186/0.241/0.252  
6 고영창 투수 연세대 60G 10H 57.2IP ERA 4.37  
7 박준표 투수 동강대 159G 25H 190.1IP ERA 4.96  
8 박찬 내야수 단국대 1군 기록 없음 2015 방출
9 최준식 외야수 경기고 1군 기록 없음 2017 방출
10 윤민섭 외야수 고려대 1군 기록 없음 2017 방출

 

  2012년 8월에 실시된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KIA는 철저히 체격이나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지명권을 행사했다. 지명을 받은 선수들은 투수/타자를 가리지 않고 대체로 전체적인 성적과 세부 지표가 엉망이었다. 가능성을 보고 뽑았다기에는 나이가 많고,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에는 대학 무대에서부터 성적이 좋지 않았다. 10명 중 9명을 대졸 선수로 뽑았지만, 전체적으로 놓고 보면 실패한 드래프트에 가깝다. 특히 자리를 잡아줬어야 할 상위 라운드 지명선수가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인 것이 뼈아프다. 그래도 트레이드 매물로 활용되어 거짓말 같은 KIA의 2017년 우승에 조금이나마 일조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봐야 할 것 같다.

  다만, 아직 재고의 여지도 남아있다. 고영창과 박준표가 지난 시즌부터 어느 정도 불펜에서 자리를 잡은 듯한 모습. 사회복무를 마친 이후 서서히 기량이 꽃피기 시작한 고영창과 경찰청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돌아온 박준표가 지금의 활약을 이어간다면, 이 드래프트 결과는 재평가받을 수 있을까?

 

<2014년 신인 드래프트>

라운드 이름 포지션 최종학력 통산 성적 기타
1차 차명진 투수 효천고 9G 33IP ERA 4.36  
1 강한울 내야수 원광대 505G 365H 176R 35SB 0.265/0.305/0.316 2016 삼성 이적
2 박서준 투수 연세대 1군 기록 없음  
3 김지훈 투수 동강대 10G 12.2IP ERA 8.53 2016 방출
4 김영광 투수 홍익대 1군 기록 없음 2014 넥센 이적
5 박찬호 내야수 장충고 294G 172H 90R 44SB 0.236/0.279/0.289  
6 박준태 외야수 인하대 212G 61H 68R 0.216/0.358/0.322 2020 키움 이적
7 이진경 포수 울산공고 1군 기록 없음  
8 박진두 내야수 진흥고 1군 기록 없음  
9 최원준 내야수 성균관대 1군 기록 없음 2017 방출
10 류현철 외야수 경남대 1군 기록 없음 2015 방출

 

  1차 지명 부활로 연고지 선수를 우선 지명할 수 있게 되었는데, KIA는 고졸 투수 차명진과 대졸 내야수 강민국 사이에서 제법 고민을 했다. 김선빈, 안치홍의 대표팀 발탁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내야수 보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는데, 결과적으로 차명진을 선택한 걸 보면 2차 지명에서 지명할 만한 내야수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 그리고 역시나 대졸 선호가 이어져 2차 지명 10명 가운데 7명이 대졸 선수다. 이 시점에서 대졸 선수 가운데 현재까지 프로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는 강한울과 박준태 정도고, 두 선수 모두 KIA를 떠났다.

  이 드래프트에서의 대졸 위주 지명 역시 사실상 실패라고 봐도 무방하다. 비록 강한울이 3년 간 팀에서 준주전급 유격수로 뛰어줬지만, 2차 지명 1라운드 지명 선수에게 만족스러운 성적은 아니었다. 2019년 들어 기량이 급상승한 박찬호와 가능성을 확인한 차명진은 공교롭게도 모두 고졸 선수라는 점이 인상적이다.

 

<2015년 신인 드래프트>

 

라운드 이름 포지션 최종학력 통산 성적 기타
1차 이민우 투수 경성대 67G 117.1IP 5W 10L ERA 5.75  
1 황대인 내야수 경기고 38G 20H 3HR 10RBI 0.263/0.291/0.461  
2 문경찬 투수 건국대 96G 140IP 24SV ERA 4.44  
3 이종석 투수 세한대 2G 4IP ERA 15.75  
4 이준영 투수 중앙대 53G 69.2IP ERA 7.49  
5 황인준 투수 한양대 42G 64IP ERA 5.20  
6 김명찬 투수 연세대 20G 22IP ERA 3.68  
7 박정수 투수 야탑고 33G 60.2IP ERA 7.42  
8 박정우 포수 배명고 1군 기록 없음  
9 이정현 외야수 홍익대 1군 기록 없음  
10 김호령 외야수 동국대 325G 201H 134R 33SB 0.251/0.316/0.346  

 

  개인적으로는 2008년 신인 드래프트 이후 가장 성공적인 지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KIA의 현재와 미래를 논할 때 여기 있는 선수들을 빼놓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 정도다. 혹사 논란에도 불구하고 자신 있게 뽑은 이민우는 올 시즌 KIA의 5선발로 시즌을 시작했고, 2차 2라운드로 지명한 문경찬은 2019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에 선발되기도 했다. 2차 2라운드부터 줄줄이 뽑은 5명의 대졸 투수 모두 1군 데뷔에 성공했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인데, 야수 지명에서도 작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 누구도 큰 기대를 걸지 않았던 김호령이 정상급 수비력을 보이며 1군에 안착했고, 대졸 선호 방침을 잠시 접게 만든 초고교급 유망주 황대인은 여전히 KIA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선수다.

  이번에도 2차 지명 10명 가운데 7명이 대졸 선수일만큼 대졸 선호가 이어졌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굉장히 성공적인 지명이라고 평가할 수 있는데, 지난 2년 동안 실패를 거듭하며 스카우터가 나름대로의 노하우를 체득한 것일까?

 

  선동열 감독의 뒤를 이어 김기태 감독이 새로 부임하며 이후 팀의 스카우팅 기조는 완전히 바뀐다. 재능 있는 고졸 선수를 우선적으로 지명하여 병역 문제를 일찍 해결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변하면서 이전과 같은 '대졸 몰빵'은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3년 동안 총 24명의 대졸 선수가 KIA의 지명을 받았는데, 지금까지는 많은 팬의 주장처럼 성공보다는 실패에 가까워 보인다. 특히 상위 순번에서 뽑힌 대졸 선수의 활약이 대체로 미진했던 것이 아쉽다. 다만 2015년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대졸 선수 대부분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음을 감안해보면 재평가의 여지가 없지는 않아 보인다.

  대학야구를 살리기 위해 최근 드래프트에서는 대부분의 구단이 일정 비율 이상 대졸 선수를 선발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대학으로 진학한 선수의 진로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시대를 앞서간 선동열 전 감독의 '인성의 대졸픽'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