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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영화를 많이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영화관에 가는 일도 그리 많지는 않다. 그래도 따로 살 때는 잊을 만하면 영화관에 다녀왔던 것 같은데, 다시 보고 싶다고 생각한 영화가 딱 2개 있다. 그중 하나가 러빙 빈센트. 원래 살면서 2회 이상 본 예술 작품이 거의 없는데...

 

  누군가는 그를 미치광이나 괴짜 취급하며 조롱하지만, 그에게는 감출 수 없는 열정이 있었다. 숱한 실패와 좌절로 얼룩진 불행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붓을 잡은 그는 숱한 명작을 남겼다. 영화 곳곳에 숨겨진 그의 작품을 찾아보는 재미가 남달랐다.

 

  혹자는 짧은 영광조차 없었던 불행한 삶이라 평할 수도 있으리라. 그런데 정말 그렇게 말해도 괜찮을까? 영화를 감상하고 나니 그의 삶을 '불행'으로 규정하는 건 참 무책임한 일이라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젊은 예술가는 늘 흔들리고 불안해했지만, 주변인에게 인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던 비범한 인물이기도 했다. 한 사람의 침실에 44년 동안 걸려 있을 그림을 그려낸 사람, 가셰 박사로 하여금 수십 년간 그의 작품을 모방하도록 한 사람. 예술가에게는 어떤 찬사와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증거가 기록과 영화에 잘 남아있었다.

 

  영화는 언뜻 고흐의 죽음에 얽힌 미스테리를 풀어나가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어떤 식으로든 섣불리 결론을 내리지 않고,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그리고 늘 마음에 새겨야 할 말을 남긴다.

 

"You want to know so much about his death, but what do you know of his life?"

 

  꿈을 놓지 않았던 고흐의 작품을 통해, 오늘을 놓지 않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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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푸른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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