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타 소리가 참 좋다. 특별한 기교 없이, 힘은 빼고 편안하게 시작한다.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그리고 덤덤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아마 그가 꺼내온 어린 시절의 기억은 상당히 옛날의 것이리라. 친구들이 모두 떠난 놀이터에서 분명 외로움이나 무서움을 느꼈을텐데, 집에 들어간 어린 아이는 분명 행복했을 것이다. 가족이 있고 따뜻한 온기가 있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담긴 밥상과 간간이 오가는 대화가 있는 집에 무사히 돌아갔으니까.
아이는 훌쩍 자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깨닫는다. 지금은 어쩌면 기억조차 희미할지 모르는 옛 사랑.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지만 그때의 감정은 분명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넘쳐흘렀을 것이다. 사랑으로 인해, 혹은 사랑하는 사람으로 인해 느꼈을 설렘, 행복, 슬픔, 고통, 원망, 미움 등의 무수한 감정. 뭐 사랑뿐일까? 깊고 커다란 감정에 치여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할 것처럼 괴로울 때조차도 집은 항상 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세상의 모진 바람 한없이 불어와도” 집은 있었다.
집이 있었다는 걸 생각해낸 그는, 돌연 마지막에 ‘네가 있었다’는 가사를 읊는다. 다음 곡에 대한 일종의 암시일까? 뭐 끼워맞추자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모든 걸 다 지켜보고 있었던, 모든 순간의 나를 품어주던 집이 있었음을 떠올릴 때 ‘너’를 함께 생각할 수밖에 없는 그가 어떤 마음이었는지를 자꾸 생각해보게 된다.
집이 있었지. 그의 인생에 앞으로도 영원히 작은 집이나마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집이 있었지
한 낮 해가 저문 것도
모른 채 뛰놀던 어느 날
친구들이 모두다
떠난 텅 빈 놀이터
배고픈 저녁
터덜터덜 먼지 묻은
운동화를 끌고 걸어서
때 묻은 두 손으로
창문을 두드리던
집이 있었지
설레기만 했던 푸른 날도
아프기만 했던 겨울도
널 바래다주던 들뜬 밤도
내 몸 하나 가누기 힘든 날도
첫사랑의 아픈 기억
우는 모습이 난 창피해
밤새도록 골목을
서성이며 울어도
집이 있었지
꿈만으로 행복했던 날도
실수투성이던 처음도
너로 가득했던 들뜬 밤도
잠 못 이루던 슬픔의 날들도
지겹도록 사랑하는
엄마 아빠 형과 내 동생
세상의 모진 바람
한없이 불어와도
집이 있었지
집이 있었지
집이 있었지
네가 있었지
'정준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루만큼 하루만 더 (0) | 2020.07.01 |
---|---|
바램 (0) | 2020.06.27 |
북극곰 (0) | 2020.06.11 |
우리 (Feat. YunB) (0) | 2020.06.07 |
Lovers (0) | 2020.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