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분명 있다. 이 곡에 담긴 정서도 딱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제목처럼 “바램”을 담은 노래다. 너무나도 간절해서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운 바람.
‘다시는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란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그 다짐은 이내 원망으로 바뀐다. 미운 말, 모진 말이라도 해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원망은 곧 의문을 낳고, 의문은 또 다른 원망을 틔워낸다.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덫. 이별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
미운 말이 미안했을까? ‘그대’를 향하던 화살은 이제 본인에게로 돌아온다. 떠나간 이의 빈 자리만 바라보며 한없이 초라해진 나를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이번에는 내가 없는 당신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그려본다. 그러고는 이내 더 깊은 슬픔에 빠진다. 바닥을 뚫을 만큼 생각은 깊어가는데, 도무지 막을 길이 없다.
아까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어느새 ‘보고싶다’는 본심을 숨길 수가 없다.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이 단지 딱 한 번만 더 볼 수 있기를. 아주 작은 바람이지만, 그에게 이보다 더 간절한 무언가가 있을까?
코러스가 참 깊고 애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슬픔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그린 것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쉽게 감정에 젖을 수 있다. 탁월한 타이틀곡 선택. 이 노래의 가제는 <보고 싶어요>였다고 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뱉는 그가 어떤 감정을 담아 부르는지, 그의 보고 싶다는 한 마디가 어떤 말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며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떠난 이를 추억할 때는 늘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남는다. 내가 더 잘했다면,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까?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이별임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걸 납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떠나간 이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만 남기를 바라는 수밖에.
바램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래요
오늘도 나 다짐 했어요
나만큼만 아니 나보다 조금
아팠으면 난 좋겠어요
우리 이렇게 될 거라면
우리 이렇게 헤어질 거라면
그대 내게 보여준 꿈과 믿음
아무것도 아닌가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들이 많고 많은 걸요
처음부터 헤어질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걸
이별은 늘 익숙하고 어려워
난 못난 사람인가 봐요
나 없이도 행복한가요
내가 없는 하루는 어떤가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이죠
가끔은 울기도 해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아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왜 이렇게 가슴에 남아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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