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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정준일 / 2020. 6. 11. 16:00

  '영원하지는 못해도 아름다운' 우리의 이야기가 끝나고, 웅장하지만 따뜻한 선율이 들린다. 제목은 좀 뜬금없지만, 따뜻하고 약간은 동화 같기도 한 발라드. 북극곰.

 

  그의 노래 가운데 겨울에 듣기 좋은 노래를 몇 곡 추천하라면 이 곡을 빼놓을 수 있을까? 아, 물론 '겨울', '눈', '남극', '북극' 등 겨울스럽게 차디 찬 단어가 가사에 가득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말 그대로 겨울 이야기니까. 공교롭게도 가장 따뜻했고 가장 추웠던 계절이 모두 겨울이라는데, 어찌 겨울이야기가 아니겠어.

 

  누군가는 사랑 노래라는 게 전부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일텐데, 뭐 특별할 게 있냐고 물을지 모른다. 그게 딱히 틀린 말은 아닌데, 통찰력이 돋보이는 날카로운 지적도 아니다.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가운데 함께 했던 시간, 두 사람이 같이 만든 추억, 같은 곳에서 바라봤던 무언가... 이런 게 저마다 비슷한 듯 다르니까. 그리고 한 가지 더. 떠난 이에게 기억해달라고 부탁하는 어떤 것.

 

  그가 기억해달라고, 잊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건 '너를 만났다는 것의 의미'와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리고 '우리만 따뜻했던 겨울'이다. 너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남겨진 나의 마음은 어땠는지, 내가 하지 못한 말이 뭔지 등은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살아온 시간을 돌이켜볼 때 순간순간 떠오르는 장면이 누구에게나 몇 개 있을 텐데, 그 장면 속 우리의 만남이 짧게나마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만의 돋보이는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소한 포인트가 아닐까?

 

  '이 겨울이 지나면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말하는 그의 말마따나 이 겨울이 지나면 모든 게 잘 될 것이다. 이별을 통보받은 이도, 이별을 통보한 이도. 인생에 겨울만 있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 겨울은 모두에게 참 아름답게 기억될 것이다. 따뜻한 마음은 결국 반드시 전해지기 마련이니까.

 

북극곰

 

참 오래 걸린 것 같아
이렇게 널 만나게 될 줄은
안녕 안녕
안녕 안녕
쑥스러운 인사를 건넬게
지구를 두 바퀴 돌아
남극도 북극도 두 번 돌아
흰 눈 보다 더 북극곰 보다
하얀 너를 만났다는 게
내겐 얼마나 큰 의미인지
네가 알아줬음 좋겠어
유난히 추운 겨울
반갑게 인사하던 분홍빛 하늘
날 반기던 그대의 웃음소리
얼음 눈 내리던 밤
앙상하게 남겨진 나를 비추던
날 반기던 그대의 웃음소리
모든 게 다 잘 될 거에요
모든 게 잘 될 거야
이 겨울 지나면
꽃 피는 봄이 오고
우리 서로 다른 세상을 산다 해도
잊지 말아요 우리 처음 만난 날
세상 가장 따듯했던 날
우리만 따듯했던 이 겨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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