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
『영상』 엠펙(MPEG)에서 규정한 오디오 압축 규격이나 기술. 또는 그런 기술을 이용해 음악 따위를 듣는 장치. 음질이 좋고 압축률이 뛰어나 음악 파일을 만드는 데 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아주 예전 일이라서 기억이 까마득한데, 아마 생일 아니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 선물로 받은 MP3가 내 인생 첫 MP3였다. 삼성이나 아이리버, 애플 정도가 기억나는 '브랜드' 있는 MP3였는데, 그런 건 아니었으니 아마 중소기업에서 만들었으리라. 아무튼 그걸 받고 정말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액정 있는' MP3를 사려면 얼추 3-5만 원 정도는 줘야 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정말 큰 맘먹고 사주셨을 텐데 감사...
사실 더 어릴 때는 MP3가 뭔지도 몰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몇 년 지나서야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척이나 갖고싶어서 한참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MP3가 생겼으니 이래저래 참 많이 썼는데, 굉장히 작은 액정이지만 안에 들어있는 사진도 볼 수 있는 MP3였다. 신기해서 사진을 몇 개 넣어봤는데, 화질이 처참해서 다시는 사진을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MP3는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나 잠이 안 올 때 많이 사용했다. 곡을 넘길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가 나서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이미 이어폰을 끼고 귀를 막고 있는데 그게 뭐 대수인가. 그렇게 MP3를 사용하면서부터 내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자주 듣는지를 알게 됐다.
그런데 물건을 원체 험하게 쓰다보니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은 오래가는 법이 없다. MP3가 세로로 동강 나기도 했고, 포맷을 잘못해서 모든 데이터를 날려버리기도 했고, 뭐 아무튼 여러 가지 했다. 처음 썼던 물건을 지금도 가지고 있으면 가끔 추억을 떠올리기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요 며칠 문득 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MP3도 아마 옛날 플로피 디스크 취급을 받지 않을까? 아이팟 쓰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서 MP3의 존재가 아예 대중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MP3가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아이템이 될 날도 솔직히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