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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피스리

사전 / 2020. 5. 7. 15:40

「명사」

『영상』 엠펙(MPEG)에서 규정한 오디오 압축 규격이나 기술. 또는 그런 기술을 이용해 음악 따위를 듣는 장치. 음질이 좋고 압축률이 뛰어나 음악 파일을 만드는 데 쓴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드랍 더 비트...

 

  아주 예전 일이라서 기억이 까마득한데, 아마 생일 아니면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던 것 같다. 그때 선물로 받은 MP3가 내 인생 첫 MP3였다. 삼성이나 아이리버, 애플 정도가 기억나는 '브랜드' 있는 MP3였는데, 그런 건 아니었으니 아마 중소기업에서 만들었으리라. 아무튼 그걸 받고 정말 뛸 듯이 기뻐했던 기억이 난다. 그때도 '액정 있는' MP3를 사려면 얼추 3-5만 원 정도는 줘야 했던 것 같다. 부모님께서 정말 큰 맘먹고 사주셨을 텐데 감사...

 

  사실 더 어릴 때는 MP3가 뭔지도 몰랐다. 초등학교에 입학한 지 몇 년 지나서야 세상에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무척이나 갖고싶어서 한참 사달라고 노래를 불렀던 기억이 난다. 아무튼 MP3가 생겼으니 이래저래 참 많이 썼는데, 굉장히 작은 액정이지만 안에 들어있는 사진도 볼 수 있는 MP3였다. 신기해서 사진을 몇 개 넣어봤는데, 화질이 처참해서 다시는 사진을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MP3는 차량을 타고 이동할 때나 잠이 안 올 때 많이 사용했다. 곡을 넘길 때마다 딸깍딸깍 소리가 나서 신경쓰이기는 했지만, 이미 이어폰을 끼고 귀를 막고 있는데 그게 뭐 대수인가. 그렇게 MP3를 사용하면서부터 내가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떤 음악을 자주 듣는지를 알게 됐다.

 

  그런데 물건을 원체 험하게 쓰다보니 내 손에 들어온 물건은 오래가는 법이 없다. MP3가 세로로 동강 나기도 했고, 포맷을 잘못해서 모든 데이터를 날려버리기도 했고, 뭐 아무튼 여러 가지 했다. 처음 썼던 물건을 지금도 가지고 있으면 가끔 추억을 떠올리기 좋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요 며칠 문득 들었다.

 

  시간이 더 지나면 MP3도 아마 옛날 플로피 디스크 취급을 받지 않을까? 아이팟 쓰는 사람이 아직도 많아서 MP3의 존재가 아예 대중의 머릿속에서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MP3가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아이템이 될 날도 솔직히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나이 먹는다는 게 이런 기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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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사전 / 2020. 5. 1. 15:38

「명사」

「1」 『영상』 사진을 찍는 기계. 광선이 새어 들어오지 못하도록 만든 상자의 앞쪽에 장치한 렌즈로부터 순간적으로 광선이 들어오게 하여 그 뒤에 있는 감광판(感光板)에 영상(映像)이 비치게 한다. 광선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일정한 시간을 노출하기 위한 셔터, 색채감을 조정하는 필터(filter), 찍는 물체의 위치를 정하는 파인더(finder) 따위의 장치가 있다. =사진기.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하나, 둘, 셋.

 

  누구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시대다. 전문적인 카메라가 없어도 그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간편하게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보니, 요즘은 어딜 가나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 주말에 <유퀴즈>를 봤다. 유명한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더라. 자동차 무서운 건 사람들이 다 아는데, 스마트폰 카메라 무서운 줄은 잘 모른다고. 불법촬영의 심각성, 무서움, 폐해 등을 설명하기 위해 나온 표현일 텐데, 나는 그 말이 참 와 닿더라.

 

  아는 사람은 다 알겠지만 매표소에서 꽤 오래 아르바이트를 했다. 일도 어렵지 않고, 함께 일하는 사람이 대체로 선했으며, 시간 대비 보수도 괜찮아서 여러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아르바이트였다. 굳이 몇 가지 단점을 꼽자면 사람을 많이 대하다 보니 성격 버리기 십상이라는 건데, 이 부분이 핵심이다.

 

  매표소에 있으면 그렇게 사진 찍는 분을 많이 보게 된다. 그 피사체는 주로 매표소와 그곳에서 티켓을 수령하는 사람. 가족, 친지, 혹은 절친한 사람의 매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매표소를 촬영하면 당연히 직원 얼굴도 찍히게 된다. 처음에는 그냥 꺼림칙하기만 했는데, 나중에는 그 자체가 공포스럽게 느껴졌다.

 

  같이 일하던 분 얼굴이 어느 공연 관련 카페에 올라와있는 걸 우연히 발견하자 소름이 돋았다. 별다른 마찰 없이 티켓을 수령해가신 분인 걸로 기억하는데(마침 그 날 옆자리에 내가 있었다), 카페에 직원 욕을 막 써놓고 사진까지 올려놓은 게 아닌가. 이 일 오래 하면 얼굴 다 팔린다던 말을 제대로 실감한 순간이었다. 내가 뭘 얼마나 잘못했기에 사진 찍히고, 욕설을 듣고, 인터넷을 통해 널리 널리 퍼져나가야 하나?

 

  그래서 더 예민해지기로 했다. 매표소를 찍는 것 같은 느낌이 조금이라도 들면, 큰 소리로 제지했다. 일하다가 잠깐 여유가 생기면 누군가 나를 촬영하고 있지는 않은지 한참 살피곤 했다. 그 예민함이 몇 장의 사진을 막아주긴 했겠지만, 그래도 내 얼굴, 내 욕이 인터넷에 둥둥 떠다니고 있을 거라는 의심은 지울 수가 없다. 다만 내가 그걸 발견하지 않기만을 바라고 있다.

 

  저런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예민해진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알아서다. '네가 조심했어야지'라는 말은 참 쉽지만, 왜 조심해도 그런 일이 반복해서 일어나는지를 설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설명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건 아니다. 애초에 왜 내가 불안을 느끼는지를, 왜 조심해도 어쩔 수 없는지를 설명하고 다녀야 하나? 생각 없이 사진 찍지 않는 것, 찍은 사진을 불순한 의도로 사용하지 않는 것 정도는 상식이었으면 좋겠다.

 

  초상권이라는 게 참 허무한 말처럼 여겨진다. 그런 게 나한테 있는지도 요즘은 의심스럽다. 알맹이는 없는 껍데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누군가의 핸드폰에, 카메라에, 메모리카드에, 블로그나 카페에 나의 신체가 담겨있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런 공포를 느끼지 않아도 되는 세상에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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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

사전 / 2020. 4. 23. 16:44

「명사」

「1」 액체 화장품의 하나. 향료를 알코올 따위에 풀어 만든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무슨 냄샌지...

 

  너무 자주 들어서 이제는 클리셰처럼 여겨지는 말이 몇 개 있다. Proust Effect도 아마 그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프루스트가 쓴 소설 속 주인공은 홍차에 적신 마들렌 향을 통해 어린 시절을 떠올려내는데, 후각을 통해 잠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끄집어낼 수 있다니. 얼마나 낭만적인가.

 

  개인적으로는 남들보다 아주 약간 향에 민감한 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저런 냄새를 잘 맡기도 하고, 좋은 향을 맡는 것을 꽤나 좋아한다. '향기 나는 것'을 대단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다양한 향을 체험해보고 싶다.

 

  요즘 향수에 관심이 살짝(어 리를 빗) 생겼다. 향수는 말 그대로 향기나는 물일 텐데, 그 향수가 사람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누군가 아무개를 떠올릴 때, 아마 그의 외양이 가장 먼저 떠오르겠지? 그다음에는 뭐가 생각날까? 목소리, 성격, 취향 등등 있겠지... 하다가 향이 갑자기 생각난 것...

 

  주위에 향수를 쓰는 사람이 많지는 않은데(사실 거의 없을걸?), 독특한 향이 나면 기억에 확 남는다. 길을 걷다가, 혹은 다른 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어디서 맡아본 듯한 향수 냄새가 나면 저절로 그 사람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그래서 향수를 쓰는 건 '나'의 존재를 다른 이에게 확고하게 심어주는 가장 낭만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랑 어울리는 향수가 뭔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는 달콤한 냄새를 좋아해서 바닐라 향이 나는 향수를 써보면 좋겠다고 생각을 잠깐 해봤는데, 나랑 전혀 안 어울리는 것으로... 플리마켓같은 곳에서 몇 차례 이것저것 찾아본 적이 있는데 '시원한 향'이라고 하면 주로 아조시 냄새였고, '꽃향기'라고 하면 코를 찌르는 강렬한 냄새였고, 나머지는 기억도 안 난다. 나에게 잘 어울리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향이 나는 향수는 없을까...

 

  다들 알고 있겠지만 향수 가격은 이래저래 천차만별이다. 아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것부터 명품 매장 한구석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는 것까지. 물론 향수 냄새를 맡은 사람이 '앗, XX 브랜드의 200만원짜리 향수!'라고 생각할 일은 아마 거의 없겠지만, 모르긴 몰라도 비싼 향수는 다 그 값을 하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주 먼 옛날에 우연히 조향사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었는데, 향수를 만들기 위해서는 베이스에 까는 향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향을 섞는다고 들었다. 수고스러운 과정을 거쳐 누군가의 후각을 사로잡는다면 비싼 가격도 그렇게까지 아깝지는 않으리라. 물론 다 쓰고 나면 아까울 듯...

 

  많은 사람은 알게 모르게 스스로가 '향기나는 사람'이길 바란다. 가끔은 향기를 위해 향수를 뿌리는 행위 자체에서 이미 없던 향이 생기는 것 같기도 하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하는 일환처럼 여겨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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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력

사전 / 2020. 4. 21. 14:24

「명사」

1년 가운데 달, 날, 요일, 이십사절기, 행사일 따위의 사항을 날짜에 따라 적어 놓은 것. ≒월력.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꼭 필요한, 그런데 사기에는 아까운

 

  4월이 다 끝나간다. 엊그제 202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인사했던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 아침에 잠이 안 깨서 고생할 때마다 시간이 왜 이렇게 안 가는지 한탄하고 있었던 내 모습을 생각하니 조금 찔리기도 한다. 그래, 시간은 잘 흐르고 있었나 보다.

 

  주변 지인은 대부분 알겠지만, 나는 오늘이 며칠인지를 떠올려야 할 때마다 그걸 잘 기억해내지 못한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는 대충 알고 사는데, 정확한 날짜까지 생각하고 살지는 않는 모양이다. 달력을 봐야 겨우 이 달이 다 끝나가는지, 연휴가 다가오고 있는지 등등을 알 수 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달력 이야기를 마저 해보겠다. 12월 즈음되면 많은 이는 여기저기서 달력을 찾기 시작한다. 달력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곳은 은행이 되시겠다. 드라마를 보면 어르신이 사시는 곳에는 항상 큼지막한 종이 달력이 걸려있다. 주로 하얀 바탕에 검정 글씨로 되어있고, 양력과 음력과 물때가 알맞은 크기로 적혀있다. 하단부는 100% 광고다. 00은행, XX금고처럼 달력을 제공한 은행이 어디인지가 크게 적혀있는데, 내 눈에는 다소 거슬렸지만 대부분의 어르신은 조금도 개의치 않으셨다. 아무튼 이 달력은 고객에게 제공하는 증정품 정도일 텐데, 부지런하지 않으면 이걸 받을 수가 없다. 그래서 연말에 은행에 가면, 입구에 적혀있는 '달력 없습니다'를 자주 만날 수 있다. 어릴 때 은행에서 달력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분을 본 적 있는데, 시행착오를 바탕으로 그다음 해에는 미리 달력을 선점하셨으리라 짐작해본다.

 

  그런데 이 세상에 벽걸이 달력만 있는 건 아니다. 집이나 사무실, 학교 등의 작은 공간에는 탁상용 달력이 필요하다. 탁상용 달력은 주로 사은품으로 많이 준다. 은행에서는 부지런함과 용기만 있다면 근처 은행에 불쑥 들어가 달력이 있는지를 물어본 후 높은 확률로 달력을 구해올 수 있었다면, 이 탁상용 달력을 얻기 위해서는 대부분 어떤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것이다. 난이도가 살짝 올라간 셈이다. 주로 온라인 서점이나 쇼핑몰에서 달력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많이 진행하는 것 같은데, 이 달력도 사실 증정품이다 보니 광고가 좀 많다. 한 면에는 정갈한 달력이 나오지만, 반대쪽 면에는 알록달록한 회사나 제품 홍보가 등장한다. 물론 그걸 유심히 읽는 사람은 거의 없는 모양이다. 아, 미용실에 가면 또 보험판매사 분의 성함과 연락처가 적힌 달력이 많다. 00생명 김아무개 010-1234-1234가 달력 하단에 진하게 적혀있는 그 달력을 보면 영업사원의 노고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데, 어쨌든 고객관리의 일환으로도 달력은 활용된다.

 

  그런데 달력을 직접 구매해본 적 있는가? 유명 아이돌이 내놓는 시즌 그리팅 말고, 그냥 시중에서 판매하는 달력을 직접 산 적이 있나? 솔직히 나는 없다. 주위에서도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달력을 구매했다는 이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달력은 가지고 있으면 어쨌든 새해 기분도 나고, 매일 볼 테니 활용도도 높은데 막상 직접 살 일은 많지 않은 마성의 아이템인 것이다. 실용적인데 티는 안 나는 아이템...

 

  그래서 발상의 전환으로 내년 초에는 소중한 사람에게 달력을 선물해보면 어떨까? 예쁜 캐릭터 달력도 좋고, 좋아하는 스포츠 팀이 내놓는 달력도 괜찮다. 달력을 받은 많은 이는 의아해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선물이라며 핀잔도 줄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중 누군가 이 선물의 진가를 알아본다면 그 사람에게는 정말 잘해줘도 좋을 것 같다. 왜 달력을 선물했는지, 선물한 이의 마음이 어땠는지를 다 알고 있는 사려 깊은 사람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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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사전 / 2020. 4. 17. 10:54

「명사」

닭에 밀가루 따위를 입히고 튀겨 만든 요리. 굽기도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맛있겠다...

  내 주변에서 의식적으로 채식을 하는 몇몇 사람과 원래 이 음식 자체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 한 명을 제외하면, 나머지 지인은 이 음식을 대체로 즐겨먹는 것으로 보인다. 튀김옷을 입혀 바삭하게 튀겨낸 닭고기. 우리는 이 음식을 '치킨'이라고 부른다.

 

  누구에게나 치킨에 얽힌 추억이 있을 것이다. 흔히들 찾는 클리셰도 몇 가지 있기 마련인데, 아버지가 월급날이면 손에 들고 왔다는 노란 봉투(그것은 치킨이라기보다는 아마 전기구이 통닭에 가까울 것이다) 이야기나 자취를 할 때면 돈이 없어 치킨을 먹고 뼈를 발라 죽까지 끓여먹으며 며칠을 났었다는 이야기 등은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음직하다.

 

  나에게 치킨은 이래저래 특별한 음식이다. 어렸을 때는 이래저래 학교에서 상장도 자주 받아오곤 했었는데, 상을 받으면 그 날 혹은 그다음 날 꼭 치킨을 먹었던 것 같다. 물론 치킨이 먹고 싶다는 눈치를 잔뜩 주는 자녀의 모습을 부모님께서 차마 모른 척할 수 없었겠지만, 격려의 의미도 없지는 않았으리라. 치킨을 손에 쥐고 듣는 아들 축하해~와 더 열심히 하자~는 평소에 듣는 말과는 그 의미가 사뭇 남달랐다.

 

  좀 자라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할 무렵부터는 월급날이면 꼭 챙겨먹는 음식이 됐다.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겠지만, 이 세상에 '꿀알바'란 결코 존재하지 않는지라 아르바이트를 할 때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받는다. 참고 참고 또 참다가 그만두겠다는 말이 턱밑까지 차오를 때, 통장에 조용히 들어오는 월급을 보며 늘 생각했다. 오늘 저녁은 치킨이라고. 젓가락으로 닭다리를 집어 한 입 베어 물며 생각했다. 이 정도면 아직 버틸만하다고.

 

  학교를 다니면서, 혹은 사람을 만나면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치킨을 샀다. 마을버스 안에서 주문한 치킨은 졸지 않고 무사히 기숙사로 돌아가게 하는 하나의 원동력이었고, 침대 위에서 주문한 치킨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걸어나가게 하는 괜찮은 방법이기도 했다. 내가 얼마나 먹느냐 하는 건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한 조각을 맛보아도, 반 마리를 먹어도, 한 마리를 다 해치워도 상관없었다. 그저 치킨을 먹는다는 것에 의의를 두었던 것 같다.

 

  치킨은 대체로 후라이드 치킨이었으면 한다. 매운 건 내 취향이 아니고, 양념이 잔뜩 묻은 건 자주 생각나는 맛이 아니며, 가루가 솔솔 뿌려진 건 너무 짜더라. 순살치킨도 나쁘지는 않은데, 특별하게 좋은지도 잘 모르겠다. 그래서 늘 뼈 있는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하게 된다. 누가 그랬다. Simple is the best.

 

  아, 양념치킨은 나에게 웃음벨이다. 왜냐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솔직히 양념치킨이 한식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 민족이 도대체 언제부터 기름에 닭을 튀겨서 먹었느냐는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는 양념치킨을 한식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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