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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8.13 KIA↔NC 2:2 트레이드 발표
  2. 2020.08.09 2021 FA 대상자 중간 점검(타이거즈)
  3. 2020.07.19 메기(Maggie)
  4. 2020.07.14 푸른끝
  5. 2020.07.07 타이거즈 외부 FA 영입 돌아보기
  6. 2020.07.06 별처럼
  7. 2020.07.01 하루만큼 하루만 더
  8. 2020.06.27 바램

  바로 어제(8월 12일), NC와 롯데의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소식이 중계진과 야구팬에게 전해졌다.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2:2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KIA의 마무리를 맡기도 했던 문경찬과 사이드암 박정수가 NC로 떠나게 됐고, NC에서는 초창기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장현식과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내야수 김태진이 팀을 옮기게 됐다.

 

  대부분의 트레이드가 그렇듯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다수의 KIA 팬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KIA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지난 시즌 마무리 자리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문경찬을 덤덤하게 떠나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아쉬운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위 '급한 쪽'은 NC였다. NC가 우승 도전을 위해 불펜투수 보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팬도 9개 구단도 다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전 시즌 클로저를 내주고 받아온 선수가 장현식, 김태진이라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요구하거나, 두 선수에 1-2명을 더해 트레이드 카드를 다시 맞추거나, 이도 저도 여의치가 않다면 박정수는 제외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미 합의된 트레이드는 되돌릴 수 없다. 일단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 개개인의 기록부터 살펴보자.

 

KIANC

 

문경찬 (시즌 24이닝 2패 10세이브 ERA 5.25 WHIP 1.46/통산 162이닝 2승 10패 34세이브 ERA 4.50 WHIP 1.38)

박정수 (시즌 7.1이닝 1홀드 ERA 3.68 WHIP 1.23/통산 68이닝 3패 1홀드 ERA 7.01 WHIP 1.63)

 

NCKIA

 

장현식 (시즌 9.2이닝 1승 ERA 9.31 WHIP 1.86/통산 305.2이닝 19승 18패 2세이브 11홀드 ERA 5.36 WHIP 1.55)

김태진 (시즌 18안타 1홈런 6득점 타율 0.217 OPS 0.542/통산 133안타 7홈런 60득점 타율 0.270 OPS 0.669)

 

  KIA 조계현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경찬을 내준 대가로 김태진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즉, 이 트레이드는 문경찬-장현식, 박정수-김태진으로 나눠서 보는 것이 맞다. 정리해보면 우승을 위해 불펜 보강이 시급했던 NC는 터질 듯 터지지 않던 유망주를 내주고 필승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준수한 불펜투수를 받아온 셈이고, 가을야구를 위해 내야 보강이 필수였던 KIA는 젊은 사이드암 투수를 내주는 대신 내야진 붕괴를 막은 셈이다.

 

  KIA 팬 입장에서 이 트레이드가 성공, 최소 윈-윈이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우선 김태진이 2루와 3루를 오가며 작년 못지않은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KIA가 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이유는 결국 예상치 못한 내야진 붕괴 탓이다. 관리가 필요한 2루수 김선빈과 3루수 나주환을 생각하면 최소 1명의 준수한 내야수는 꼭 필요했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을 해줘야 하는 선수지만, 일단 1군 붙박이 선수로 살아남는 게 먼저다. 1군에서 작년만큼만 해준다고 해도 KIA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현식을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KIA는 올 시즌 양현종, 이민우, 임기영이 줄줄이 흔들리며 선발 야구에 큰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브룩스와 가뇽은 외국인 선수인만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브룩스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더욱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장현식이 선발 경쟁을 통과해 본인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면, 최소한 2017년 선발로 뛰던 시절의 모습이라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KIA 마운드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한 가지 더. 전상현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정해영, 홍상삼, 박준표로 구성된 필승조도 부상이나 부진 없이 시즌을 마쳐야 한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KIA의 트레이드 성과가 상당히 미진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KIA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점이 대단히 아쉽다. 사실 이범호 은퇴 이후부터 내야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는데, 2년이 지나도록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트레이드 실패의 나비효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의 주전 3루수는 장영석이었다. 박준태에 현금까지 얹어서 데려왔다는 것은 KIA에게 주전급 3루수가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키움에서도 워낙 단점이 뚜렷했던 선수를 기대만으로 데려온 건 어쩌면 요행을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이 트레이드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키움의 완승이다. 트레이드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지만, 이 트레이드가 재평가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단 한 시즌이라도 주전을 맡아줄 3루수가 필요했는데, 트레이드 결과가 워낙 처참하니 나주환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왔다. 불펜 고민이 컸던 두산에 홍건희를 내주고 야심 차게 류지혁을 데려왔지만, 불행히도 류지혁은 딱 5경기만 소화했다. 다른 부위에 부상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어쩌면 시즌 아웃일지도 모르겠다.

 

  두 건의 트레이드 모두 당장의 팀 전력 강화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하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3위까지 치솟았던 팀의 성적은 현재 5위까지 떨어져 있다. 그마저도 롯데, KT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제 아무리 리빌딩 시즌이라지만 가을야구를 어느 누가 포기하겠는가? 결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NC와 트레이드를 하게 됐다.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했냐면, 3루 보강을 위해 KIA가 내준 카드가 문경찬과 박정수뿐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KIA는 김태진을 쓰기 위해 박준태, 홍건희, 문경찬, 박정수, 현금 2억을 쓴 셈이다. 외야수 한 명과 약간의 현금으로 해결하려 했던 주전 3루수인데, 그게 완전히 틀어지면서 사실상 쓸 수 있는 트레이드 카드를 모두 소진하면서까지 급한 불을 꺼야 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겠지만, 행여나 김태진마저도 부상이나 부진으로 엔트리에 빠지는 일이 잦다면 그때는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불펜이 흔들려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완성한 불펜진이 트레이드 몇 건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정해영처럼 필승조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당장 이번 시즌에 한 명 더 나와줘야 한다. 그게 장현식이든, 김기훈이든, 하준영이나 심동섭 또는 김윤동이든.

 

  '기대치'만 가지고 트레이드를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당장의 필요 때문에 다른 부분을 희생시키는 트레이드도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트레이드가 왜 위험하냐면, 결국 와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라서 그렇다. 올 시즌을 마쳤을 때, KIA와 NC 모두 웃을 수 있는 좋은 트레이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 팀에서 문경찬과 박정수 모두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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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의 여파로 예년보다 늦게 시작된 시즌. 그래도 시간은 참 빠르다. 벌써 전 구단이 72경기 이상 소화하며 이번 시즌의 반환점을 돌았다. 치열한 중위권 경쟁이 야구팬의 흥미를 돋우고 있는 지금, 문득 'FA로이드'가 떠올랐다.

  FA 직전 시즌이 되면 많은 선수가 시장에서(혹은 팀에서) 조금이라도 더 좋은 평가를 받아내고자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여 좋은 성적을 내는 사례가 많은데, 올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 대상자가 되는 이들은 현재 어떤 성적을 거두고 있을까?

(기록은 8월 9일 스탯티즈 기준)

 

KIA 타이거즈

 

양현종 (투수, 연봉 23억 원, 83.2이닝 6승 6패 ERA 5.92)

  불행하게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시즌 초반 '본인은 팀 내 5선발'이라는 농담을 했던 것이 지금은 반쯤 현실이 된 상황. 얼마나 부진한 상황인지에 대한 설명은 굳이 더 보태지 않겠다. 당초 올 시즌을 마친 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실제로 해외 진출이 가능할지의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 몇 년 전 해외 스카우터로부터 빅리그 선발진 진입은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냉혹한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 박한 평가를 뒤집기 위해서는 반등이 절실하다. 물론 해외 진출 여부를 떠나 개인의 자존심 회복을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반등이 필요해 보인다.개인적인 예상으로는 KIA 잔류가 확실해보인다.

 

최형우 (외야수, 연봉 15억 원, 10홈런 48타점 타율 0.318 OPS 0.902)

  2017년 타이거즈 우승의 마지막 퍼즐. 4년 100억이라는 대단한 규모의 계약이 (타이거즈 팬에게는) 전혀 아깝지 않을 만큼 쏠쏠한 활약을 보여줬다. 선수 스스로는 이번 FA에 대해 크게 의식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다다익선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좋은 활약을 펼쳐 준수한 규모의 계약을 보장받고 선수 생활의 마무리를 그려보는 것은 이상적인 그림이다. 이제 3할-30홈런-100타점을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여전히 생산성 있는 타격을 할 수 있는 선수이자 타석에서 상대 투수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는 선수다. 팀에서도 선수를 필요로 하고, 선수 역시 팀에 대한 애정이 돋보이는 만큼 잔류는 확실하다. 계약 기간과 금액에 더 관심이 가는 이유다.

 

나주환 (내야수, 연봉 1.2억 원, 6홈런 22타점 타율 0.262 OPS 0.690)

  시즌 개막 직전 KIA의 주전 3루수는 장영석이었다. 나주환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무상 트레이드로 KIA에 온 것은 주전 도약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선수 생활 연장을 위한 나름의 고육지책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주환은 경쟁자의 심각한 부진을 틈타 어느새 주전 자리를 꿰찼고, 안정적인 수비와 노림수가 있는 타격으로 많은 KIA 팬의 사랑을 받게 됐다. 어느새 만 36세의 나이이지만, 팀에서는 여전히 그를 필요로 한다. 부상으로 이탈한 류지혁이 돌아온다고 해도 일정한 수준의 출장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선수 본인이 실제로 FA를 신청한다면, KIA에서 1+1년 계약은 충분히 따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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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기(Maggie)

영화 / 2020. 7. 19. 22:28
잘 봐요. 두 사람이 서로 다른 곳을 보고있잖아요.


1. 김려령 작가의 소설 <완득이>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느슨하게, 하지만 어색하지 않게 연결된 작품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이 영화도 그런 점이 좀 비슷하다고 느꼈다.

2. 의심이 무서운 건 그 의심이 깊은 구덩이를 파도록 하기 때문이다. 작고 사소한 의심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누군가를 수상하게 여기고, 미워하고, 증오하고, 괴롭히고, 집요하게 무엇인가를 캐묻고, 선을 긋도록 한다. 의심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대신, 어떻게 하면 그 의심에 확신을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게 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구덩이는 점점 깊어지고 넓어진다.

3. 세상을 구한 건 메기가 아니다. 세상을 구한 진짜 영웅이 누구인지는 영화를 보고 나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4.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같지만, 살다보면 내 이야기인 것만 같은 느낌이 가끔 든다. N회차 관람하는 사람이 왜 그리도 많았는지 조금은 알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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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끝

정준일 / 2020. 7. 14. 22:33

누구에게나 반주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노래가 있을 것이다. 나에게는 이 곡이 바로 그런 노래다. 언제 들어도 좋은 노래. 푸른끝.
사랑 노래에는 흔히 전해지는 나름의 문법이 있다. 이 노래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노래가 그 문법 밖에 있기 때문이다. 뻔하지 않아서 자주 듣게 되고, 진심이 느껴져 아끼게 된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 잦으면 닳아버릴까봐, 흔한 인사치레처럼 들릴까봐. 그는 이 곡에서 ‘사랑’을 쉽게 말하지 않는다. 5분이 넘는 시간 동안 딱 한 번 들을 수 있는 사랑이라는 말, 그래도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 충분히 전해지는 따뜻하고 고운 노래.
누군가를 왜 사랑하는가? 사람들은 흔히 사랑에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글쎄, 그에 대한 생각은 조금씩 다를 수도 있겠지. 그래도 사랑을 말할 때는 으레 하는 말이 하나쯤은 나올 수밖에 없다. 예컨대 나의 장점을 말하거나 너의 장점을 말하는 거? 이 곡에서는 그런 것도 없다. 상대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누군가를 깊이 이해하고, 그 이해를 토대로 ‘함께 걷자’고 말하는 그. ‘어떤 길이라도 너를 놓지 않겠다’는 다짐이 결코 거짓이 아님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만 같다.
마음에 드는 가사를 뽑아보려 했는데, 가사가 하나하나 주옥같아서 그럴 수가 없었다. 가사를 읽는 내내 잘 쓰인 시를 한 편 읽는 것만 같았다. 비단 가사뿐일까? 멜로디 역시 유려하게 흘러간다. 완급 조절이 특히 인상적인데, 읊조리듯 부를 때는 편안함이 느껴지고 힘주어 부르는 대목에서는 진심이 느껴진다. 곡의 마지막 부분으로 향할수록 감정이 고조되는데, 뒤에서 받쳐주는 코러스가 말 그대로 예술이다. 아, 곡의 분위기를 바꿔놓는 간주는 또 어떤가. 별 다섯개를 드려도 아깝지 않을 멋진 작품.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이 참 많다. 그리고 아름다운 것에 대한 기준도 이래저래 다르겠지. 그러나 ‘더 아름다운 것’이 무엇인지 묻는다면 그 대답은 아마 비슷할 것이다. 아름다운 것 이상으로 아름다운 것. 아름답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것. 그가 이 곡에서 말하고 싶은 ‘더 아름다운 것’이란, ‘너’와 ‘너’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 만약 그것이 맞다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푸른끝.

푸른끝

이미 무너져버린 널 바라보며
아무런 위로도 난 할 수 없었지
어떤 말로도 너를
그 어떤 말로도 너를
안아주기엔 난 너무 작았지
그냥 이대로 잠시 있어달라고
그거 하나로 이미 충분하다고
애써 웃음 지으며
오히려 날 위로하던
그때의 넌 어떤 맘이었을까
더 많이 아팠을 텐데
아무런 위로도 나 해줄 수 없지만
아무런 희망도 나 되어줄 순 없지만
그냥 함께 가보자
어떤 길이라도 나와 함께 가줄래
떠밀리듯 가는 현실이 두려워
모든 걸 포기하고 돌아섰던 나
아무런 기대도 없는 내일이
두려웠던 너
그때 우린 어떤 맘이었을까
다가올 미래가 조금도 설레이지 않던
절망이 쉬웠던 그때의 우리
아무런 위로도 나 해줄 수 없지만
아무런 희망도 나 되어줄 순 없지만
좀 느리더라도 나와 함께 걸어줄래
끝내는 모든 걸 놓쳐버릴지 몰라
그 어떤 무엇도 가질 수 없을지 몰라
그냥 함께 가보자
어떤 길이라도 너를 놓지 않을게
우리의 푸른 꿈이
끝내 멀어 진다해도
잊지 않을게 너와 함께 했음을
내 삶에서 가장 빛나던 사람 너였어
마지막 눈 감는 날에
나는 널 부를게 내 마지막 사랑
나를 불러줄래 난 널 기다릴게
삶의 끝에서 널 다시 만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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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큰 손 KIA

  1999년 한국 프로야구에 처음 도입된 FA 제도. 비록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선수가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접촉할 수는 없지만, 이 제도를 통해 여러 선수가 새로운 팀에 둥지를 틀었다. KIA에 둥지를 튼 선수도 물론 있는데, 그 선수들의 활약이 어땠는지 살펴보자.

 

1. 마해영 (삼성->KIA, 4년 28억)

  2003년 정규시즌 2위라는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도 플레이오프에서 3연패를 당한 타이거즈.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느낀 구단은 과감히 4년 28억을 베팅하며 마해영을 영입한다. 당시 홍세완의 22홈런이 팀 내 최다 홈런이었던 만큼 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거포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구단 내에 있었던 모양이다. 사실 만 34세~37세 시즌을 보내게 되는 만큼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직전 시즌 부침을 거듭하는 모양새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우여곡절을 겪었음에도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 홈런을 때려내며 장타력만큼은 건재하다는 인식을 심어줬고, 결국 당시로서는 FA 최고액으로 계약하게 된다.

  그러나 마해영은 KIA의 기대와는 달리 다소 부진한 성적을 거둔다. 물론 '최악'은 아니었지만, 냉정히 말하자면 FA 실패 사례다. 2년간 23홈런에 그치며 '거포'라는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고, 2005년에는 감독에 대한 불만까지 표출하며 사실상 팀 내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결국 선수가 트레이드를 요청해 시즌 후 LG로 이적한다.

 

2. 조규제 (현대->KIA, 2년 4.5억)

  신용운은 2003년 70경기에 출장해 119이닝을 던졌다. 선발투수라기에는 지나치게 많은 출장 경기 수, 구원투수라기에는 이상할 정도로 많은 이닝. 이 이상한 기록은 선발 등판은 단 한 차례도 없이 주야장천 마운드에 올라가 던진 결과물이다. 이강철, 고우석, 오철민 등이 뒤를 받쳤지만 불펜 보강은 미룰 수 없는 숙제였다.

  KIA의 선택은 만 36세 시즌을 마치고 FA 자격을 얻은 조규제였다. 물론 불펜 보강 차원에서의 영입이겠지만, 전북 출신인만큼 연고지역이나 다름없는 곳에서 선수 생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배려한 점도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입 역시 실패. 2년간 22이닝 소화에 그치며 기대치를 밑도는 모습이었다. 결국 2005년 시즌 종료 이후 팀에서 방출된다.

  이 선수가 현재까지는 KIA의 처음이자 마지막 외부 FA 투수 영입 사례다. 적어도 당분간은 외부 FA 투수를 영입하지 않을 걸로 보이는데, 첫 단추를 잘못 뀄다는 표현이 떠오른다. 

 

3. 이범호 (한화->KIA, 1년 12억)

  한동안 FA 시장에는 얼씬도 하지 않던 KIA가 7년 만에 뜬금없이 발표한 소식은 이범호 영입이었다. 소프트뱅크에서 어려움을 겪던 이범호는 국내 복귀를 추진했지만, 원 소속팀인 한화와의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KIA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결국 대어급 3루수를 품을 수 있었다.

  2010년 KIA는 전년도 우승팀의 위용을 잃은 채 쉽지 않은 시즌을 보냈지만, 이범호의 합류로 타선의 무게감부터 달라졌다는 평가를 들었다. 이범호-최희섭-김상현으로 이어지는 'LCK포'에 대한 팬들의 기대는 그야말로 하늘을 찔렀다.

  결과적으로 전설의 'LCK포'는 거의 가동되지 못했지만, 이범호의 합류는 분명 KIA 타선에 큰 힘이 됐다. 부상으로 101경기 출전에 그치면서도 팀 내에서 가장 생산적인 타격을 하며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이후 약간의 부침은 있었지만 이적생으로는 최초로 주장을 맡기도 했고, 꾸준한 활약으로(9시즌 169홈런 601타점) 2017년 타이거즈의 통산 11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에도 큰 기여를 했다.

 

4. 김주찬 (롯데->KIA, 4년 50억)

  FA에서 KIA를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씩 바뀌게 된 계기가 있다면 역시 이 시점 이후라고 생각한다. 원 소속팀 롯데와의 협상 결렬이 발표된 바로 다음 날, KIA는 4년 50억에 김주찬 선수와 계약을 마쳤다는 발표를 내놓는다. 건강만 하다면야 당연히 팀에 작지 않은 보탬이 될 선수지만, 그 '건강'이라는 전제가 실현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려운 계약이었다. 그리고 당시 FA 최대어였다고는 하지만 4년 50억이라는 계약 규모가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결과만 놓고 보면 김주찬 영입은 부정하기 어려운 성공이다. '건강한 김주찬'이 얼마나 무서운 타자인지를 계약 기간 내내 분명히 보여줬고, 2015년부터는 도루가 줄어드는 대신 홈런이 비약적으로 증가하며 팀에 큰 보탬이 됐다. 협상왕답게 우승 직후 FA 협상에서도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이끌어냈고, 올해까지 KIA와의 계약이 남아있다. 비록 지금은 1군에 없지만, 얼른 부상을 떨쳐내고 1군에 돌아왔으면 좋겠다. 어쩌면 선수로서의 마지막 시즌일지도 모르니까.

 

5. 이대형 (LG->KIA, 4년 24억)

  보통 FA 영입 소식이 들리면 팬들이 환호하는 게 보통이다. 준척급 FA 정도만 되더라도 팬들이 기대하는 바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영입은 좀 달랐다. 도대체 왜 영입했냐는 성토가 이어졌던 바로 그 사건. 이대형 영입이다.

  KIA가 이대형을 데려와야 했던 이유는 중견수 부재 탓이다. 영원히 KIA에서 뛸 것만 같았던 이용규가 무수한 뒷말을 낳은 채 한화로 이적하자, 졸지에 중견수 자리가 무주공산이 됐다. 당시 KIA 외야에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선수는 거의 없다시피 했고, 발등에 불이 떨어진 KIA는 대체재를 찾아내야만 했다. FA 시장에 나와있었던 이종욱은 NC로 떠났으니, 남은 선수는 이대형뿐. 특유의 빠른 발을 살려 1번 타자와 주전 중견수 자리를 맡아주기를 '희망'하면서, KIA는 결국 예상보다 훨씬 큰 규모의 계약을 이대형에게 안겨준다.

  반전은 여기서부터다. FA 직전 3년간 최악의 성적을 거뒀던, 좋게 봐야 백업 외야수 급인 선수가 KIA에 와서는 기대치를 웃도는 성적을 낸다. 안타, 타율, 출루율, 장타율 모두 커리어하이. 그의 가치는 이게 다가 아니다. 줄부상으로 총체적 난국이었던 KIA 외야에서 유일하게 풀타임을 소화하며 감독의 고민을 덜어주었다. 과장 살짝 보태면 시즌 전에는 팬들에게 미운 오리 새끼 대접을 받던 선수가 단 한 시즌만에 자신이 백조였음을 보여준 셈...

  여기서 끝났다면 모두에게 해피엔딩이었을텐데, 진짜 반전이 숨어있다. 2014년 시즌 종료 후, 뜬금없는 뉴스가 들려온다. 이대형이 KT로 이적한다는 소식. KIA가 20인 보호선수 명단에서 이대형을 제외했고, KT가 특별지명을 통해 데려간 것... 팬들은 아연실색했는데, 김기태 감독과 이대형의 악연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지는 지금도 사실 잘 모르겠다. 어쨌든 이대형과 KIA의 동행은 딱 1년뿐이었지만, 그나마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다행...

 

6. 최형우 (삼성->KIA, 4년 100억)

  4년 100억. 무게감이 좀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4년 96억에 NC로 이적한 박석민의 FA 최고액 기록은 최형우와 KIA로 인해 단 1년 만에 깨지게 됐다. (물론 이 기록도 김현수, 양의지가 1년 간격으로 깼음...) 2016년 의외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이후, 프런트는 대권 도전을 위해 큰 금액을 베팅한다. 4번 타자를 맡아줄, 타선의 중심을 잡아줄 최고 수준의 타자 영입. 우승을 위한 마지막 퍼즐 조각을 맞춘 셈이다.

  어쨌든 100억 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최형우는 '소외감', '육절못' 등 크고 작은 논란을 낳았다. 개인적으로는 참 아쉽게 생각하는 부분. 그러나 최형우의 실력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계약 첫 해 4번 타자를 맡아 26홈런을 때려내며 타이거즈 11번째 우승에 지대한 역할을 해냈다. 이후 매년 장타력은 떨어졌지만, 마지막 자존심인 3할 타율만큼은 3년 내내 지켜내며 꾸준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역시 터커, 나지완 등과 함께 중심타선을 지키며 KIA의 순위 싸움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올해 두 번째 FA 계약을 하게 되는 만큼 좋은 성적으로 한 해를 마무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KIA는 매년 여러 선수를 영입하며 FA 시장을 주도하는 구단이 아니다. 그러나 (결과와는 관계없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영입에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마해영, 조규제 영입은 분명 실패에 가깝지만, 이후 4건의 영입은 여러모로 쏠쏠한 결과였다고 생각한다. 올 시즌이 끝난 이후 KIA는 FA 시장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과연 7번째 외부 영입 FA 선수가 나오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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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처럼

정준일 / 2020. 7. 6. 22:40

별처럼. 제목도 곱다. 이 노래는 원래 이소라 씨에게 줬던 곡인데, 생각이 바뀐 모양인지 결국 그가 직접 부르게 됐다. 물론 입금된 돈은 돌려주지 않았다고...

‘너’는 마치 별과 같은 사람이다. 한없이 높은 곳에서 영롱하게 빛나는 존재. 별처럼 빛나는 너처럼, 그는 너를 닮고 싶어했다. 초라하고 칙칙한 나를 벗어버리고 싶었지만, 결국 그러지 못하고 추락한다. 그래서 너와는 조금씩 멀어진다. 그럼에도 상처받기 싫은 마음에 “먼저 널 떠날게”라는 말을 남긴 채 마음을 거둔다. 그 마음이 결코 가볍지 않았기에 후회와 미련은 진하게 남는다. 다음 기회에는, 다음 생에는 지금과 다를 수 있을까. 반짝반짝 빛나는 너에게 어울리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내가 너와 함께 할 수 없는 건 내가 ‘나’이기 때문이라는 건 참 마음이 아픈 말이다.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스스로에 대한 열등감과 혐오. 다음 생이 있다면 그 지긋지긋한 굴레만큼은 꼭 벗어버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스스로를 갉아먹지 않도록, 사랑을 잃고 마음 아파하지 않도록.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 노래는 원래 주인이 따로 있었는데, 노래를 뺏어온 이유가 뭘까. 그가 양아치여서? 그런 건 아닐테고. 참 자기 노래같아서가 아니었을까? 다른 사람 아닌 본인이 꼭 불러야 할 정도로 나와 닮아있고, 나다운 노래라서. 혹시 그런 이유라면,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겠다.

별처럼

별처럼 흔하게 빛나는 별처럼
별처럼 푸른빛에 찬란하게
유난히 반짝 반짝이는
그래 거기 너처럼 말이야
I’m falling down
난 이제 틀린 것 같아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아
Look I’m falling down
난 다 어긋난 것 같아
영원히 난 나여서 그래
처음부터 내가 원했던 내 모습이
지금의 내 모습은 아닌 것만 같아
조금 더 나은 날 원해 나는
그래 거기 너처럼 말이야
I’m falling down
난 이제 틀린 것 같아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아
Look I’m falling down
난 다 어긋난 것 같아
영원히 난 나여서 그래
I’m falling down
모두 날 떠날 것 같아
그래서 먼저 널 떠날게
Look I’m falling down
더 잘 할 수 있었을 텐데
다음 생엔 다음 번엔 내가
좀 더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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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가장 정준일스러운, 가장 그다운 노래가 뭐냐고 묻는다면 주저없이 이 노래라고 답하겠다. 정준일을 알고 싶다면, 그에 대해 무엇인가 궁금하다면 꼭 들어봐야 할 노래. 이 노래가 곧 그인지, 그가 곧 이 노래인지.
<하루만큼 하루만 더>란 노래에는 꾸밈이 없다. 근데 멋있다. 쿨하지도, 폼나지도 않지만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하지도 않는다. 솔직하고 애절한 노래. 소리로 압도하는 락도 좋고, 리드미컬한 곡도 물론 좋지만, 여기서만 느껴지는 결이 다른 매력이 분명히 있다. 안 꾸며도 멋있으니까.
군데군데 숨겨진 아름다운 가사에 자꾸 눈길이 간다. “언제나 난 여기 있어요”, “끝내 멈추지 못할 나잖아”, 왜 난 그댈 사랑하나요?”, “그대의 등 뒤 어두운 방 한 켠이 내가 있어야 할 나의 집이죠” 등등. 그의 이별이, 그의 슬픔이 수많은 청자를 감동시키는 건 슬픔을 잘 고르고 닦아 아름다운 결정체로 다듬어두었기 때문이라고 믿는다.
기타 소리는 눈물을 삼키는 것만 같은데, 피아노 소리는 마냥 포근하기만 하다. ‘별일 없이 잘 지낸다는’ 말과는 달리 누가 봐도 별일 있는 티가 나는 목소리는 또 어떤가. 감동을 주는 것이 참 어려운 이 시대에, 투박하게나마 감동을 전하는 그의 노래가 참 귀중하기만 하다.
“이젠 떠나야 할 나의 집”에서 앞으로도 떠나지 못할 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늘 겨울같지만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하루만큼 하루만 더

나 어제 오늘 내일도
별일 없이 잘 지내는 걸요
혹시 나 맘에 걸린 거라면
괜찮아요 나는 정말 괜찮아요
날 바라봐주지 않아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대도
나 아닌 사람 곁에 있어도
언제나 난 여기 있어요
하루만 더 그리워할게
하루 빨리 잊혀지면 안돼요
이렇게 나만 아픈 거라고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끝이 없는 기다림이
끝내 사랑이 아니라 해도
결국 혼자 남겨진다 해도
끝내 멈추지 못할 나잖아
하루만 더 그리워할게
하루 빨리 잊혀지면 안돼요
이렇게 나만 아픈 거라면
사랑하지 말 것을 그랬네요
비워낼수록 무거워지고
밀어내려 할수록
가까워지기만 한 너
모든 건 결국 네 탓인 거라
매일 다그치며 화내도
끝내 돌아오지 않을 너인데
하루만 더 그리워할게
하루 빨리 잊혀지면 안돼요
이렇게 나만 아프고 힘든데
왜 난 그댈 사랑하나요
하루만큼 내게 오기를
하루만 더 내게 잘 해주기를
그대의 등 뒤 어두운 방 한 켠이
내가 있어야 할 나의 집이죠
이젠 떠나야 할 나의 집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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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램

정준일 / 2020. 6. 27. 22:03

돌려서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 이 세상에는 분명 있다. 이 곡에 담긴 정서도 딱 그런 게 아닐까 싶다. 제목처럼 “바램”을 담은 노래다. 너무나도 간절해서 쉽게 입 밖으로 꺼내기조차 어려운 바람.

‘다시는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란다’는 다짐을 해보지만, 그 다짐은 이내 원망으로 바뀐다. 미운 말, 모진 말이라도 해야 내가 살 수 있으니까. 원망은 곧 의문을 낳고, 의문은 또 다른 원망을 틔워낸다. 좀처럼 벗어날 수 없는 덫. 이별은 그래서 더 잔인하다.

미운 말이 미안했을까? ‘그대’를 향하던 화살은 이제 본인에게로 돌아온다. 떠나간 이의 빈 자리만 바라보며 한없이 초라해진 나를 마주하는 것만큼이나 고통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이번에는 내가 없는 당신은 지금 어떤 모습일지 그려본다. 그러고는 이내 더 깊은 슬픔에 빠진다. 바닥을 뚫을 만큼 생각은 깊어가는데, 도무지 막을 길이 없다.

아까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어느새 ‘보고싶다’는 본심을 숨길 수가 없다. 어떤 기대도, 소망도 없이 단지 딱 한 번만 더 볼 수 있기를. 아주 작은 바람이지만, 그에게 이보다 더 간절한 무언가가 있을까?

코러스가 참 깊고 애절하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슬픔이라는 것을 섬세하게 그린 것처럼. 편하게 들을 수 있고, 쉽게 감정에 젖을 수 있다. 탁월한 타이틀곡 선택. 이 노래의 가제는 <보고 싶어요>였다고 한다. 보고 싶다는 말을 뱉는 그가 어떤 감정을 담아 부르는지, 그의 보고 싶다는 한 마디가 어떤 말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보며 들으면 좋을 것 같다.

떠난 이를 추억할 때는 늘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남는다. 내가 더 잘했다면, 그때 그러지 않았다면 결과는 달랐을까? 아무리 시간을 되돌려도 결코 막을 수 없는 이별임을 이미 알고 있지만, 그걸 납득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떠나간 이의 기억 속에 좋은 추억만 남기를 바라는 수밖에.

바램


그대를 만나지 않길 바래요
오늘도 나 다짐 했어요
나만큼만 아니 나보다 조금
아팠으면 난 좋겠어요
우리 이렇게 될 거라면
우리 이렇게 헤어질 거라면
그대 내게 보여준 꿈과 믿음
아무것도 아닌가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들이 많고 많은 걸요
처음부터 헤어질 걸 알았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 말걸
이별은 늘 익숙하고 어려워
난 못난 사람인가 봐요
나 없이도 행복한가요
내가 없는 하루는 어떤가요
지루하고 외로운 날들이죠
가끔은 울기도 해요
왜 나를 미워하게 됐는지
다른 누군갈 사랑하는지
그래도 한번은 날 사랑했잖아
묻고 싶은 말이 많은데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이제 무엇도 기대하지 않아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던 것만
왜 이렇게 가슴에 남아
다시 사랑할 수 없다 해도
그저 한번만 보고 싶어요
난 어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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