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NC 2:2 트레이드 발표
바로 어제(8월 12일), NC와 롯데의 경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작스러운 소식이 중계진과 야구팬에게 전해졌다. 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2:2 트레이드 소식이 알려진 것이다. KIA의 마무리를 맡기도 했던 문경찬과 사이드암 박정수가 NC로 떠나게 됐고, NC에서는 초창기부터 큰 기대를 받았던 장현식과 지난 시즌 준수한 활약을 펼친 내야수 김태진이 팀을 옮기게 됐다.
대부분의 트레이드가 그렇듯 평가는 다소 엇갈리지만, 다수의 KIA 팬은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KIA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고 지난 시즌 마무리 자리에서 준수한 활약을 펼친 문경찬을 덤덤하게 떠나보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다만 아쉬운 이유가 단지 그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소위 '급한 쪽'은 NC였다. NC가 우승 도전을 위해 불펜투수 보강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건 팬도 9개 구단도 다 인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직전 시즌 클로저를 내주고 받아온 선수가 장현식, 김태진이라는 점이 아쉽게 느껴지는 것으로 보인다. 두 선수 이상의 기량을 갖춘 선수를 요구하거나, 두 선수에 1-2명을 더해 트레이드 카드를 다시 맞추거나, 이도 저도 여의치가 않다면 박정수는 제외했어야 한다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이미 합의된 트레이드는 되돌릴 수 없다. 일단 이번 트레이드에 포함된 선수 개개인의 기록부터 살펴보자.
KIA→NC
문경찬 (시즌 24이닝 2패 10세이브 ERA 5.25 WHIP 1.46/통산 162이닝 2승 10패 34세이브 ERA 4.50 WHIP 1.38)
박정수 (시즌 7.1이닝 1홀드 ERA 3.68 WHIP 1.23/통산 68이닝 3패 1홀드 ERA 7.01 WHIP 1.63)
NC→KIA
장현식 (시즌 9.2이닝 1승 ERA 9.31 WHIP 1.86/통산 305.2이닝 19승 18패 2세이브 11홀드 ERA 5.36 WHIP 1.55)
김태진 (시즌 18안타 1홈런 6득점 타율 0.217 OPS 0.542/통산 133안타 7홈런 60득점 타율 0.270 OPS 0.669)
KIA 조계현 단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경찬을 내준 대가로 김태진을 받아온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즉, 이 트레이드는 문경찬-장현식, 박정수-김태진으로 나눠서 보는 것이 맞다. 정리해보면 우승을 위해 불펜 보강이 시급했던 NC는 터질 듯 터지지 않던 유망주를 내주고 필승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준수한 불펜투수를 받아온 셈이고, 가을야구를 위해 내야 보강이 필수였던 KIA는 젊은 사이드암 투수를 내주는 대신 내야진 붕괴를 막은 셈이다.
KIA 팬 입장에서 이 트레이드가 성공, 최소 윈-윈이 되려면 어떻게 되어야 할까. 우선 김태진이 2루와 3루를 오가며 작년 못지않은 활약을 펼쳐줘야 한다. KIA가 이 트레이드를 받아들인 이유는 결국 예상치 못한 내야진 붕괴 탓이다. 관리가 필요한 2루수 김선빈과 3루수 나주환을 생각하면 최소 1명의 준수한 내야수는 꼭 필요했다. 장기적으로는 지난 시즌 이상의 활약을 해줘야 하는 선수지만, 일단 1군 붙박이 선수로 살아남는 게 먼저다. 1군에서 작년만큼만 해준다고 해도 KIA에게는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장현식을 내년에는 선발투수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KIA는 올 시즌 양현종, 이민우, 임기영이 줄줄이 흔들리며 선발 야구에 큰 위기를 맞았다. 그리고 브룩스와 가뇽은 외국인 선수인만큼 재계약이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특히 브룩스는 미국과 일본 등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더더욱 잔류를 장담하기 어렵다. 장현식이 선발 경쟁을 통과해 본인의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면, 최소한 2017년 선발로 뛰던 시절의 모습이라도 다시 보여줄 수 있다면 KIA 마운드에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한 가지 더. 전상현이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 정해영, 홍상삼, 박준표로 구성된 필승조도 부상이나 부진 없이 시즌을 마쳐야 한다. 필승조와 추격조의 차이가 크다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최근 KIA의 트레이드 성과가 상당히 미진한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KIA가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점이 대단히 아쉽다. 사실 이범호 은퇴 이후부터 내야수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됐는데, 2년이 지나도록 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트레이드 실패의 나비효과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할 것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KIA의 주전 3루수는 장영석이었다. 박준태에 현금까지 얹어서 데려왔다는 것은 KIA에게 주전급 3루수가 그만큼 절실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러나 키움에서도 워낙 단점이 뚜렷했던 선수를 기대만으로 데려온 건 어쩌면 요행을 바란 것일지도 모른다. 이 트레이드의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키움의 완승이다. 트레이드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지만, 이 트레이드가 재평가될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
단 한 시즌이라도 주전을 맡아줄 3루수가 필요했는데, 트레이드 결과가 워낙 처참하니 나주환이 주전으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왔다. 불펜 고민이 컸던 두산에 홍건희를 내주고 야심 차게 류지혁을 데려왔지만, 불행히도 류지혁은 딱 5경기만 소화했다. 다른 부위에 부상이 발견됐다고 하는데 어쩌면 시즌 아웃일지도 모르겠다.
두 건의 트레이드 모두 당장의 팀 전력 강화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못하니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다. 3위까지 치솟았던 팀의 성적은 현재 5위까지 떨어져 있다. 그마저도 롯데, KT 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다. 제 아무리 리빌딩 시즌이라지만 가을야구를 어느 누가 포기하겠는가? 결국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NC와 트레이드를 하게 됐다. 밸런스가 다소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고서라도.
사람들이 다 아는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했냐면, 3루 보강을 위해 KIA가 내준 카드가 문경찬과 박정수뿐만이 아니라는 말이다. KIA는 김태진을 쓰기 위해 박준태, 홍건희, 문경찬, 박정수, 현금 2억을 쓴 셈이다. 외야수 한 명과 약간의 현금으로 해결하려 했던 주전 3루수인데, 그게 완전히 틀어지면서 사실상 쓸 수 있는 트레이드 카드를 모두 소진하면서까지 급한 불을 꺼야 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런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겠지만, 행여나 김태진마저도 부상이나 부진으로 엔트리에 빠지는 일이 잦다면 그때는 누군가가 반드시 책임을 져야만 한다. 불펜이 흔들려도 마찬가지다. 어렵사리 완성한 불펜진이 트레이드 몇 건으로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다. 정해영처럼 필승조에서 뛸 수 있는 선수가 당장 이번 시즌에 한 명 더 나와줘야 한다. 그게 장현식이든, 김기훈이든, 하준영이나 심동섭 또는 김윤동이든.
'기대치'만 가지고 트레이드를 하는 일은 이제 없어야 한다. 당장의 필요 때문에 다른 부분을 희생시키는 트레이드도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트레이드가 왜 위험하냐면, 결국 와르르 무너지기 십상이라서 그렇다. 올 시즌을 마쳤을 때, KIA와 NC 모두 웃을 수 있는 좋은 트레이드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새 팀에서 문경찬과 박정수 모두 멋진 모습 보여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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